수술비 300만 원 쓰고, 연말정산 때 멋대로 김칫국 마신 이야기
병원비 많이 쓴 해엔 그만큼 돌려받는 줄 알았다. 실손보험 빼고 3% 떼고 나니 남은 숫자는 좀 달랐다.
퇴원하던 날, 병원 1층에서 커피를 기다리다 무심코 카드 앱을 열었다가 잠깐 멍해졌다. 디스크 수술에 입원, 도수치료까지. 1년 동안 병원에 들어간 돈이 어느새 300만 원을 넘겨 있었다.
속은 쓰린데 이상하게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이만큼 썼으니 이번 연말정산은 두둑하겠지." 남들 다 받는다는 13월의 월급, 드디어 내 차례라고 혼자 김칫국을 마셨다.
결론부터 말하면 헛다리였다.
연말정산 화면에서 의료비 항목을 들여다보다 두 군데서 막혔다. 우선 내가 쓴 돈 전부가 공제되는 게 아니었다. 연봉의 3%를 넘긴 부분부터만 쳐준다고 했다. 총급여가 4천만 원쯤이니 120만 원까지는 그냥 깔고 가는 셈이고, 그걸 넘어야 공제가 비로소 시작되는 거였다.
두 번째가 진짜 뼈아팠다. 실손보험으로 받은 돈은 의료비에서 빼야 한다는 것. 수술비 중 150만 원을 이미 보험사에서 돌려받았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걸 차감하니 내가 실제로 부담한 건 150만 원 남짓. 거기서 또 3% 문턱을 넘긴 부분만 남으니, 처음 상상한 "300만 원 환급"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숫자였다.
김은 샜지만 할 수 있는 건 해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받은 간소화 자료만 믿지 않고, 거기 안 잡힌 비급여 영수증이랑 약국 결제까지 박박 긁어모았더니 의외로 쏠쏠했다. 자동으로 안 들어온 항목이 생각보다 많더라. 정확히 얼마가 돌아오는지 궁금해서 예상 환급액을 미리 한번 돌려보고 회사 자료랑 숫자를 맞췄다.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단 속이 편했다.
그래서 내가 배운 건 이거다. 병원비를 많이 썼다고 그 돈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 보험으로 거의 다 보전받은 해라면 기대를 접는 게 정신건강에 좋고, 반대로 내 돈으로 크게 부담한 해라면 영수증 한 장까지 챙길 값어치가 있다. "수술했으니 많이 받겠지" 하기 전에, 내 부담금이 연봉 3%를 넘는지부터 보면 된다.
물론 이건 내 경우고, 세법은 해마다 바뀌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니 본인 건 홈택스나 전문가한테 꼭 확인하시길.